상식을 의심하는 화두 앞에서
구자행 2011/04/18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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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의심하는 화두 앞에서 (나눔과 비전 대표 구자행)

 

흔히 “자원봉사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한다. 이 금언(金言)을 의심하는 자원봉사계의 지도자나 관리자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자원봉사자 교육을 할 때마다 수많은 자원봉사의 전문가, 관리자, 지도자들은 이 금언을 이구동성으로 힘주어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문득 자원봉사계의 뭇사람들에게 지탄을 받을 어리석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자원봉사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말이 사실인가요? 그렇다면 실증이 될 만한 사례도 많겠지요. 대표적인 사례를 말씀해 주세요? ”

 

만일 누군가 이 질문을 내게 했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했을 것인가? 아마도 숨이 턱 막히면서 얼굴의 홍조를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내친김에 불온한 상상을 더 해보자. 지금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자원봉사관리전산시스템에 등록된 수백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시에 자원봉사활동을 중단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사회복지 기관․시설은 문을 닫아야 하고, 치안은 엉망진창이 될 것이며, 전 국토는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들은 당장 먹을거리가 없어 구걸을 할 것인가? 천부당만부당한 상상일 뿐이다.

 

나는 자원봉사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자원봉사계에 몸을 담으며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자원봉사활동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준비하고 해결해나갈 과제는 너무나 많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슬로건 이상의 현실적인 문제, 예컨대 사회문제 발생의 원인을 사회제도와 연계하여 짚어볼 수 있는 통찰력은 물론이고, 무수한 사람들을 네트워크시키고, 자원봉사자의 활동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일 등 결코 간단치 않은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자원봉사는 우리사회의 문화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가는 사회활동이며, 사람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만들어가는 의식개혁운동이다. 이 원대한 과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정적이면서도 치밀한 계획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자원봉사계에 본격적으로 몸을 담은 지 10년이 된 지음 내가 내게 상식을 깨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정말, 우리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자원봉사활동을 얼마만큼 기획하고, 집중력 있게 도전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혹시 우리는 전산시스템에 빼곡하게 쌓여가는 수백만 명의 자원봉사자의 실적에 현혹되어 관성적으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

 

“과연 자원봉사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인가”라는 상식을 의심하는 불온한 화두를 던져 보았다. 그런데 이 화두에 집중하기보다는 자꾸만 엉뚱한 잡념에 사로잡힌다.

 

“자원봉사활동의 인증과 실적관리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붇는 작금의 현실이 상식인가? 비상식인가? 자꾸 마음이 먹먹해지는 내게 누군가가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었으면 한다.

작은도서관 사람들이 나누는 것
경계(境界, Border)’와 자원봉사활동